
사회는 경직되어 있고, 개인은 빈곤하다. 타협과 조율은 갈등과 분열에 자리를 내주었다. 소외와 분리의 언어가 사람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세대가 반목하고 지역이 갈라섰다. 1968년의 파리에서 외쳤던, “상상력에게 권력을!(Imagination to Power!)”이라는 구호를 다시 상기해본다. 이 구호가 요청한 것은 단순한 권력의 전복이나 저항, 참여가 아니라 상상력이 제도와 공간을 재구성하는 권능이었다. 지역의 문제는 더 이상 지역적이지 않다. 지역경제 정체,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청년인구의 유출, 사회적 불균형과 갈등과 같은 난제에 곤란을 겪고 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덜 시급한 것으로 간주했던 지역의 문제가 이제는 중심과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해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건강한 긴장감을 해체하고 있다. 2025년 대구건축비엔날레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도시, 건축, 공간적 실마리를 찾으려는 집단적 모색이다. 전시에 포함된 그림, 도면, 설명, 영상과 음악은 존재-비존재 선상에서 춤추는 현실과 꿈의 편린들이다. 관람자는 위에서 적극적으로 판단을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이 과정이 상상력을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하는 첫 단계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